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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당'으로 가는 민주당, 후퇴하는 민주주의

  • 칼럼 | 2022-08-10 00:00

박용진·강훈식, 도덕성·시의성 "적절치 않아"...집단사고는 1인 독재정당으로 가는 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현실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과 비난을 받은 뒤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집단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잘못된 의견을 교정해 줄 사람이 없었다. 상층부에 속한 이들 중에 더욱 없었다. 반면 왜곡된 거울들로 가득 찬 방처럼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들만 늘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는 회고록 자신의 ‘기억’에서 집단 광기로 전이된 나치의 ’집단사고‘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나치 각료 중 유일하게 교수형을 면한 히틀러의 핵심 인물이다.

‘집단사고’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정리한 ‘집단지성’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응집성이 강한 이들로 구성된 집단 내 의사결정시 각자의 목표나 열정, 생각, 노력, 가치는 반영되지 못하고 하나의 획일적 방향성만을 가지게 되는 의사결정 성향을 말한다. 집단은 절대로 잘못될 리 없다는 생각에다 집단적 합리화 및 잘못된 도덕적 우월성과 집단에 의문을 품거나 이견을 가진 이를 적대하는 성향까지 드러낸다. 관련 학계에서는 크메르 루주의 킬링필드,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등의 역사실 사실이 최악의 상태까지 간 극단적 집단사고의 사례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불행하게 정치 극단주의가 야기한 이러한 집단사고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같은 조짐이 일고 있다.

차기 당대표 선거에서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검경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당 안팎의 이 후보 지지자들, 즉 이른바 극렬지지자들인 ‘개딸’과 ‘양아들’을 중심으로 당대표 기소 시 직무정지를 하는 '당헌 80조 개정' 요구라는 퇴행적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청원은 민주당이 지난 1일부터 운영한 당원청원시스템에 이미 올라왔다. 운영 규정에 따라 청원인이 지난 6일 5만명을 넘어서면서 당 지도부에 정식 보고됐다. 지도부는 30일 내 공식 답변을 해야하는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공식 답변을 준비 중이다.

이재명, 강훈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왼쪽부터)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에서 열린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강훈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왼쪽부터)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에서 열린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제는 당헌 제80조의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관련 내용에 대한 개정을 요구한다는데 있다. 이러한 당헌 개정 요구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경찰의 정치 보복 수사 일환으로 기소되는 경우, 당헌 80조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서 당직이 바로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 청원이 특정인을 위한 것으로,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경찰은 이달 중순까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도 진행 중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 따른 방어적 조치로 여겨진다. 당헌 80조의 내용을 보면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구하기’라는 논란을 낳고 있는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 민주당 당 대표 출마 후보들도 9일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의 야당 탄압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방탄용 개정’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당헌80조가) 정부여당의 야당 탄압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무를 정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본인의 방탄용 개정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저 때문에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게 아니다"며 "(당헌80조는)뇌물수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연루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집권여당의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도덕성나치의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는 히틀러.2차대전 당시 독일의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는 자신의 회고록 ‘기억’에서 히틀러의 '광기'가 극단적인 ’집단사고'로 전이됐다고 주장한다./ 더팩트DB
도덕성나치의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는 히틀러.2차대전 당시 독일의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는 자신의 회고록 ‘기억’에서 히틀러의 '광기'가 극단적인 ’집단사고'로 전이됐다고 주장한다./ 더팩트DB

하지만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각각 도덕성·시의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박 후보는 ‘내로남불’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관계없이 모두 똑같은 도덕적 기준을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후보 역시 ‘시기의 적절성’을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원들로부터 문제제기가 된 것이면 논의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원론적으로는 반대입장이다. 일부 당원 및 친이재명계 사이에선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반이재명계에선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힌다. 이 후보 개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의 헌법인 당헌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이렇듯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주장처럼 이 후보를 위한 정당으로 가려는 모양새다. ‘국민을 위한 정당 만들기’는 아니다. 한국 정당이 미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트럼프식 팬덤 정치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도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이다. 이 후보는 ‘개딸’ 등의 지지에 안주하며 지지층 확장은 닫힌 상태다. 여기서 집단사고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법·행정·사법에 지방 권력을 장악하고 시민사회와 언론 지지까지 확보하며 ‘20년 집권’을 언급했던 ‘문빠’의 민주당은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 국민들이 이를 거부했다. 국민이 이처럼 팬덤 정치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는 팬덤의 폐쇄성, 상대 악마화, 언어폭력 때문이다. 팬덤 정치의 극단화는 민주당 내부까지 스며들었고 이제는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사고에 편승하는 1인 독재정당으로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 후보와 강 후보 같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래 지향적인 인재들이 민주당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성나치의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는 히틀러.2차대전 당시 독일의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는 자신의 회고록 ‘기억’에서 히틀러의 '광기'가 극단적인 ’집단사고'로 전이됐다고 주장한다./ 더팩트DB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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