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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尹과 권성동의 '뒷담화'...언행은 영욕의 갈림길

  • 칼럼 | 2022-07-29 00:00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관계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해석 등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은 언제나 새어 나가게 마련이니 늘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누군가로부터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라는 단서를 단 말을 들었던 경험이 한 두 번은 있었을 것이다. 대체로 이런 말들은 누군가를 험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로 '뒷담화'다. 이 뒷담화는 어느새 주변으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말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며 남의 일을 함부로 입에 올려서도 안 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뒷담화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했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사적 대화가 공개되는 사상 초유의 일인데, 하필 또 본심을 드러낸 뒷담화여서 파장이 크다.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자. 지난 26일 오후 권 대행과 윤 대통령이 주고받은 메신저가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장소는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 39분에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분 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뒷말을 붙였다. 누가 보아도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권 대행은 약 15분 후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냈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각 권 대행이 다시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고,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남윤호 기자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평소 껄끄러워했음이 이번 메시지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던 말 역시 본심이 아님이 드러나고 말았다.

두 사람 중 누구를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권 대행의 말을 종합하면 '사적 대화'가 언론에 보도되는 게 유감이라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권 대행이야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를 노출시킨 장본인이니 사과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통령실은 '유감'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 당 대표"와 관련해 일언반구 한마디가 없다. 어쩌다 들켜버린 본심이 민망해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판단했거나, 회피 또는 시간이 지나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내부 총질' 당사자인 이 대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다.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이후 이 대표는 '양(羊)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양두구육을 빗대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했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처음도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엔 그동안 관계가 '쇼윈도'였음을 국민에게 들통났을 뿐이다.

대통령의 사생활, 집권 여당 대표의 프라이버시라며 이해하고 넘겨야 할까? 대통령과 여당 대표 직무대행의 사적 영역이 있는지에 대해선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파문은 말 많은 사람들의 자승자박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에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대선 당시 윤 후보와 이 대표 그리고 윤핵관 권성동 의원 관계가 좋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지만, 세 사람은 이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관계는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윈도'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선화·남윤호 기자

조선 숙종 때의 문신 허목은 기언(記言)이라는 시문집을 집필했다. 허목은 '언행이 군자의 관건이며 영욕의 갈림길이므로, 이것이 두려워 날마다 반성하기 위해 말로 기록했다'고 기언을 집필한 이유를 설명했다. 허목은 책에서 ‘나는 옛글을 몹시 좋아하여 늙어서도 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늘 경계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금인(金人)의 명(銘)을 암송하였다"며 공자가 주(周)나라 태조(太祖) 후직(后稷)의 사당을 구경하다가 세 겹으로 입을 봉한 금으로 만든 사람의 등에 쓰여 있던 아래 문구를 소개했다.

'경계할지어다. 말 많이 말고, 일 많이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다. 안락(安樂)할 때 반드시 경계하여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 뭐가 나쁘랴 하지 말라. 그 화(禍)가 자라게 된다. 뭐가 해로우랴 하지 말라. 그 화가 커질 것이다. 듣는 이 없다 하지 말라. 신이 엿보고 있다.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치솟는 화염(火炎)을 어찌하리오. 물이 졸졸 흐를 때 막지 않으면, 끝내는 강하(江河)가 되고 말리라. 실낱같이 가늘 때 끊지 않으면 그물처럼 커지게 되며, 털끝처럼 작을 때 뽑지 않으면 도끼를 쓰게 될 것이다. 진실로 조심하면 복(福)의 근원이 된다.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되는 것이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도둑은 주인을 미워하고, 백성은 윗사람을 원망하는 법이니, 군자(君子)는 천하에 윗사람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낮추며, 여러 사람보다 앞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뒤로한다. 강하가 비록 낮지만 여러 내보다 큰 것은 낮게 있기 때문이다. 천도(天道)는 친소(親疎)가 없어 항상 착한 사람 편에 서나니, 경계할지어다."

윤 대통령, 권 대행, 이 대표는 물론 여당과 정치권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언이다. 말 많은 정치에서 결국 입이 화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 모두 말하기 전 한 번더 생각하길 바라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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