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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박지현에게 달걀을 더 주는 게 어떨까?

  • 칼럼 | 2022-07-06 00:00

전당대회 출마 불허 결정 파문…박지현 반론에 민주당 또 '시끌'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선화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사람의 손에 의해 뿌려진 씨앗은 관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물과 적당한 햇볕 등 사람의 손이 지나지 않으면 언제 시들어 죽을지 모른다. 씨앗이 있는 열매를 먹은 후 종종 화분에 심어보지만, 성공한 일이 별로 없다. 물을 줘야 할 때를 잊거나 햇볕을 쐬어야 할 때를 깜빡한 것이 이유다. 물론 심는 시기가 문제인 경우도 다반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손을 빌려 기르는 것들과 달리 마당의 잡초는 뽑기 무섭게 잘만 자란다. 그래서 싹이 보이기만 하면 뽑고 자르기 일쑤지만, 며칠 지나면 그대로다. 사람이 약을 치지 않는 이상 절대 죽지 않는 것 같다. 잡초의 DNA는 참 대단하다.

시선을 마당에서 정치권으로 돌려보자. 요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말과 행동이 최대 이슈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이고 뿌리를 내린 바탕에는 민주당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뿌린 씨앗인 박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거의 잡초와 같음을 느낀다. 당돌하기도 무모하기도 배은망덕하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시선을 끈다.

박 전 위원장의 정치 경력을 보자. 지난 2월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게 정치의 시작이다. 경력으로 치자면 이제 4개월이다. 대선 패배 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그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발탁했다. 파격이었다. 당 비대위원장으로 지난 6·1 지방선거를 지휘했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4개월 정치 이력이다.

사퇴 후 약 한 달, 침묵하던 그가 다시 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팬덤정치, 온정주의, 내로남불 등 민주당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자신을 정계로 이끈 이재명 의원을 향해서도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며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그가 내놓은 민주당 쇄신 방향은 다소 격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역시 선거 패배 책임 당사자로서 복귀 시기가 지나칠 정도로 일렀다는 것이다. 또, 복귀와 함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권리당원 6개월이 지나야 주어지는 피선거권의 예외 적용 논의를 요구한 점은 '특혜를 요구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4일 박 전 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4일 박 전 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민주당의 자산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4일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박지현은 소중한 민주당의 자산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의 출마에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할 이유는 없다. 당규에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조항이 있지만, 당 지도부의 판단은 달리 정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규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박 전 위원장은 사실상 불복했다. 박 전 위원장은 4일 당의 결정에 "저를 출마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 이 결정은 역사적인 결정이다. 민주당이 책임 정당이라면, 오늘의 결정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정식 절차를 거쳐 의결하라"며 "앞으로 이 조항을 적용해서 외부인사 영입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박지현을 비대위원장을 시킬 때는 이 조항을 적용했지만, 지방선거의 모든 책임은 박지현에게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내친다는 결정을 공개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침없는 반론이다. 민주당 지도부나 당 정치인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할 정도의 묵직한 한방이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 결정에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 결정에 "우리 당이 저에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사당이 아니다. 공당으로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 달라"며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대로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그는 5일에도 "저는 피선거권을 부여받아 당헌에 의해 선출된 비대위원장이었고, 그동안 우리 당이 저에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 민주당은 사당이 아니다. 공당으로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 달라"며 "당 지도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주시기 바란다.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대로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은 누가 보아도 '달걀로 바위 치기' 정치를 했다. 민주당 주류 정치인들의 1980년대 민주화운동도 부모나 기성세대가 보기엔 무모함 그 자체 였을 것이다. 그러나 달걀로 바위 치기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80년대 학생운동은 민주화를 이룩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에게 그렇게 원하는 기회를 주고 '달걀로 바위 치기'를 지켜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의 판단과 박 전 위원장의 반론을 대하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도전해봐. 정치를 계속하겠다면 일찍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인생이 실전이듯 정치도 실전이라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박 전 위원장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민주당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박 전 위원장 스스로 화초가 아닌 잡초의 길을 선택했으니, 어디 한번 달걀을 바위에 던져보라고 말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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