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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대선 3수' 안철수, 도전은 아름답지만…

  • 칼럼 | 2021-11-05 00:0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 출마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윤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 출마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윤호 기자

2012년 대선부터 10년째 캐스팅 보트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저 안철수, 정말 대한민국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밤새워 일하고, 세계로 뛰겠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 18대, 2017년 19대 대선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학자와 경영인 영역에서 실패를 써보지 않았다. 과정에서의 실패는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성공했다. 인간 안철수에 '실패'는 정치에만 해당하는 것 같다. 나름 국회의원 당선과 신당 창당엔 성공했지만, 어쩌면 정치인에게 다시 올 수 없을 기회도 여러 번 놓쳤다.

10년, 그의 정치 경력이다. 결정적 기회를 놓친 탓에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박원순 후보에게 양보, 2012년 9월 대선 출마 선언→후보 등록일을 이틀 앞둔 그해 11월 23일 후보직을 포기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아름다운 양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기억은 좀 다른 것 같다.

18대 대선을 포기했던 안 대표는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혁신안을 두고 대립하다, 12월 13일 탈당했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2일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그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안철수의 힘을 입증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가장 황금기였다.

2012년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더팩트 DB
2012년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더팩트 DB

안 대표의 황금기는 딱 그때까지였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19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TV토론에서 취약점을 보이며 '안초딩' 'MB아바타'라는 이미지만 각인시켰다. 이후 독일 출국 후 1년 만에 귀국한 안 대표는 20대 총선에 비례대표 3석을 만들었지만,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밀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국민의힘과 통합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그때만 해도 안 대표는 대선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은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본인만의 생각을 마구 쏟아내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네요.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서울시장 선거 2번, 대통령 선거 3번째… 이 정도면 거의 출마병 수준인데…총선은 제외하고"라고 힐난했다. 김 실장은 과거 안 대표의 측근이었다.

안 대표의 이번 출마도 예상됐지만, '설마'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다. 동시에 '완주할까?'라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면서 코미디언 유행어에 빗대 '철수 없다'라는 조롱도 나온다. 안 대표 본인은 완주한다고 했음에도 말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출마에 '단일화 과정에서 뭔가 얻으려는 것 아니겠나?'라고들 한다. 당사자는 단일화에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의 과정으로 볼 때 확신할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안 맞는 옷을 어떻게든 입으려 했다"며 국민에 사과하며 다사 한번 지지를 호소했다. 1일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인사하는 안 대표.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도 안 대표와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민이 제3의 인물인 안 대표에게 표를 주기보다는 전략적 투표에 무게를 둘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선거 막바지 박빙 승부에서 조급한 쪽에서 손을 내밀 수는 있겠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안 대표가 선거 때마다 주목받았던 '캐스팅 보트' 역할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국민들께서 저 안철수에게 바란 것은 안철수의 옷을 입고 안철수답게 정치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여의도 정치의 옷을 입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안 맞는 옷을 어떻게든 입으려 했기에 기대하신 국민들께서 실망하고, 제가 그토록 힘들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안 대표의 1일 대선 출마선언문 내용이다. 그는 누구보다 주목받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기성 정치와 다르다는 '새 정치'를 표방했다. 10년이 지난 현재도 '안철수의 새 정치는 뭐냐?'는 질문이 나온다. 국민이 안 대표로부터 답을 듣지 못한 탓이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과정이다. 안 대표의 이번 도전도 아름답다. 그런데도 다시 또 도전에 나선 안 대표에게 묻고 싶다. '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는 것은 아닌가요?'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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