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다수당 횡포 제동, 징벌적 '입법중재법'도 만들자

  • 칼럼 | 2021-08-31 00:00
여야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여야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다수당 단독 처리 후 사회적 혼란 유발 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하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법(法)은 어기지 않을 경우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국가 구성원은 만들어진 법을 지키면 처벌받지 않아야 하고, 또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물론,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적용될 때 국민 법감정과 배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무전유죄, 유전무죄'라고들 한다.

우리는 법을 인지하지 못 하는 나이부터 도덕 또는 규범으로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않아야 할 것들을 체득했다. 어느 정도 인지능력이 생겼을 때 부모로부터 횡단보도는 초록색일 때 건너고,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며 친구를 괴롭히거나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버릴 것을 배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법이라는 어려운 문구가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으로 말이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사소한 것을 어길 경우 '과태료'를 내게 된다. 사회의 균형을 위한 기본적인 규범으로 인식하기에 누구도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진 않는다. 청소년, 청년, 성인이 되면 법률로 지켜야할 것들이 무수히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이 법의 테두리에서 책임질 수 있으려면 입법 과정부터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잘못 만들어진 법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시대에 맞게 법을 개정하는 이유다. 국회가 법안을 계속 개정하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완벽한 법은 존재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법은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법이 만들어질 경우 다수의 반대 측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구조에서는 의석을 많이 가진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범여권이 약 180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폭주'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경우가 상당한데 대표적으로 '임대차 3법'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으로, 당시 '전세 난민'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여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임대차 3법의 취지는 임차인들의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선의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세금 상승, 전세의 월세 전환, 임대인들의 직접 입주 사유로 재계약 거절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상정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 /더팩트DB
지난해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상정에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 /더팩트DB

현재 국내 전세시장에는 이중가격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계약 갱신 매물은 직전 계약 금액의 5% 이상을 인상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5% 룰' 때문이다. 기존 계약은 정부의 계산대로 임대료 상승 폭이 크게 제한됐지만, 새 계약 물량 임대료에는 4년 치 상승 예상분이 반영되면서다.

입법부는 임대차 3법을 만들면서 시장의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예견됐던 부작용들이다. 결국,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사회에서 개개인은 법을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또, 일상에서 본인의 실수로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 최근 민주당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언론사가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언론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태도다.

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추진을 보면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임대차 3법처럼 다수당이 협의없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법안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선출직인 만큼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국민에게 다수당이 통과시킨 법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마당에 몇 년을 더 기다려 투표로서 책임을 물으라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여야를 떠나 다수당이 될 때마다 반복하는 입법 독주도 막을 겸 이참에 국회도 입법의 무한책임을 질 수 있는 단독 처리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친하는 게 어떤가.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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