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IMR

[이철영의 정사신] 이재명 녹화 해명, '박근혜식 변명'의 불편함

  • 칼럼 | 2021-08-22 00:00

이재명 경기도지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진행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유튜브 녹화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21일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의 영결식에서 헌화, 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는 이 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진행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유튜브 녹화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21일 진화 작업 중 순직한 고(故) 김동식 구조대장의 영결식에서 헌화, 분향 후 자리로 이동하는 이 지사. /사진공동취재단

'죄송하다'면 끝날 일 또 키우다 뒤늦게 후회한 이재명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재명을 찾기 위해서 저 높은 곳을 쳐다보지 마십시오. 거기에는 이재명이 없습니다. 이재명은 바로 여러분의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3월 31일 부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이다. 참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은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며, 국민 옆에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지향점을 '억강부약'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도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억강부약을 수시로 언급한다. 국민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이 지사의 이런 정치적 지향점을 좋아했다. 그가 현재 여야를 떠나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대신해 기득권을 향해 거친 비판을, 서민들의 고충엔 비판을 받더라도 손을 잡아주려는 노력을, 슬픔에 빠진 국민과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이런 이 지사의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으로 비친다. 한편으로는 '고단수 정치인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게 진짜 이재명의 모습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이 지사는 높은 지지율 만큼 견제도 많이 받는다. 이 지사는 공격에 익숙하다. 그래서 반박이나 해명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이 지사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진행한 유튜브 영상이 도마에 올랐다. 유튜브 녹화는 지난 6월 17일 경남 마산에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유튜브 녹화가 있었던 날은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19일 네티즌들을 통해 알려졌고,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낙연 캠프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이재명 지사와 황교익 씨의 유튜브 장면. /황교익TV 갈무리
이재명 지사와 황교익 씨의 유튜브 장면. /황교익TV 갈무리

이날은 진화 작업 중 고(故) 김동식 119소방구조대장이 고립된 상황으로, 국민들 모두가 그의 생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때다. 이 지사는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다. 이 지사가 유튜브 녹화를 했다는 것은 총책임자로서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였다는 비판이 이는 지점이다.

이 지사와 경기도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일 동선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경기도는 20일 "이 지사는 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후에도 이 지사는 행정1부지사를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예정된 경남교육감 접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현장방문, 영상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행정지원 조치사항을 꼼꼼히 챙겼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는 또 "당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는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음 날로 예정된 고성군과의 협약 등 공식 및 비공식 잔여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당일 저녁 급거 화재현장으로 출발했으며 18일 새벽 1시 32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 총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조치상황을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이 지사도 같은 날(20일) "경남 일정을 포기하고 새벽에 도착해서 현장 일정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 최선을 다했다"라며 "국민 안전 문제를 왜곡하고 문제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지사와 경기도는 해명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것 같다. 이 지사를 향한 지적은 '현장을 지키지 않았는데 어떤 조처를 했느냐?'가 아니라 '재난 총책임자가 긴박한 상황에도 유튜브 촬영을 강행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사과하는 게 어떤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지사가 내놓아야 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같은 타임 테이블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책임자로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죄송하다'는 이 지사의 사과여야 했지 않았을까.

이 지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21일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권한과 책임을 맡긴 경기도민을 더 존중하며 더 낮은 자세로 더 성실하게 섬기겠다"고 사과했다. "문제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무차별적 네거티브 공격에 이 지사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생긴 게 아닐까. 방어기제는 지극히 정치적이어야 하고, 당시 상황에서 유튜브 녹화를 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국민적 지적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지사는 '이재명은 높은 곳이 아닌 바로 옆에 있다'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금도 국민 옆에 있는 존재가 맞는지 묻고 싶다.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