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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세대교체 시기 알림,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 칼럼 | 2021-06-16 00: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따릉이' 출근을 놓고 여권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는 이 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따릉이' 출근을 놓고 여권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는 이 대표. /뉴시스

30대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이용 논란, 세대교체 앞당긴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따릉이'는 잘못이 없다. 그런데 요즘 이 '따릉이'를 놓고 정치권 입씨름 중이다. '따릉이'는 잘못이 없는데 이용한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이 좀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따릉이'로 이목을 집중시킨 사람은 요즘 정치계에서 가장 핫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 출근길에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했다. 제1야당 대표가 검은 색 승합차가 아닌 자전거라니… 넥타이 없는 정장에 백팩을 멨다. 36살이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지극히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정치 이슈화된 데는 그가 기성 정치인의 일반적 행태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표의 대중교통 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가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다. 그는 몇 년 전 필자와의 저녁 약속 장소에 킥보드를 타고 왔다. 이 대표의 '따릉이' 이용은 당 대표로서의 '쇼잉'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이 정치권의 이슈로 등장한 것은 기성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논란 아닌 논란이 된 측면이 크다. 30대 야당 대표의 화제성을 향한 질투처럼도 보인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이 대표의 '따릉이' 이용을 두고 "굳이 따릉이를 탈 필요가 없다. 걸어도 되는 거리"라며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로 나오면 10초 거리에 국회 정문, 정문부터 본관까지 걸어서 2분? 담부턴 그냥 걸어라. 복잡하게 출근할 이유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커녕 자전거로 국회 정문을 통과하다가 여러 차례 제지당한 적이 있다"면서 "나는 50대 중반을 넘은 민주당 '꼰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철과 버스를 타고 서울과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전용차도 없고 수행 기사도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상당한 것 같다. 최 전 의원의 지적은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는 개인 선택권에 대한 비판이다. 어른들이 젊은 사람에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전형적인 '꼰대' 방식이다. 김 의원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젊은 정치인의 개인 선택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이 SNS에 올린 글이 가장 객관적으로 다가온다. 김 대변인 평소 '따릉이'를 자주 애용한다.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김기현(왼쪽) 원내대표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입장하는 이준석 대표. /이선화 기자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김기현(왼쪽) 원내대표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입장하는 이준석 대표. /이선화 기자

그는 "박원순 시장의 따릉이 설계엔 대중교통으로 원거리 이동-마지막 단계에서 따릉이 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국회에서 3,5번 출구 앞 따릉이를 이용해 국회 본청까지 이동하는 건 그러한 따릉이의 존재 목적에 매우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의 행동 말고 그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고 그걸 비판하는 게 좋겠다. 그것도 좀 기다렸다, 잘 모아서 효과적으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14일 "공유자전거, 킥보드 등의 라스트 마일(last mile) 운송수단"이라는 발언과 김 대변인의 설명은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따릉이' 이용에 호응하며 우리 정치도 이젠 바뀔 때가 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정치 행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준석 현상'은 기성정치를 향한 비판이며 세대교체 열망인지도 모른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고민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이념의 잣대가 요즘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도 시대 변화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셔요. 어물어물 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따릉이'가 화제가 되면서 동요 '자전거' 가사마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준석 현상'은 기성정치권에 세대교체 시기의 알림일 수 있다. 기성정치가 이 대표의 '따릉이'를 불편해할수록 동요 가사처럼 진짜 큰일 날 수도 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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