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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문 대통령의 부동산 부패 청산, 왜 불신 받나

  • 칼럼 | 2021-03-30 15:10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국민은 '4월물고기'가 아니라는 사실 명심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2002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서울 혜화동 처소로 찾았을 때 일이다. 노무현 후보는 천주교 영세로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받았지만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 나가 종교를 무교로 쓴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하느님을 믿느냐?"고 묻자 노 후보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희미하게 믿는다"고 했다. 김 추기경이 "확실하게 믿느냐?" 고 다시 묻자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종교란에 ’방황‘이라고 쓰겠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직후 한 인터넷언론 기자가 노 후보와 단 둘이 있을 때 물었다. "누가 시비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대답을 하셨습니까? 그냥 믿는다고 하시지 않고요?". 노 후보는 답했다. "거짓말하면 고통스럽습니다."

정부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29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한편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회의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란 문구가 새겨진 마스크까지 끼고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결연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풀이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라는 대통령의 표현대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투기근절 대책에는 예방과 적발, 처벌 및 환수에 이르기까지 4개 분야 20개 과제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홍 부총리도 "부동산 부패사슬을 끊어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전제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건설기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건설기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임세준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 참석해 보다 강한 어조로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현재 발생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찾아내겠다"고 역설했다. 또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2배로 확대해 1,500명 이상으로 개편하고,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예방을 위해 현재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대상인 재산등록을 전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60~70%로 높이고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특별공제를 배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부당이득액을 최대 5배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며 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에 대해 처분의무 기간 없이 강제 처분 절차를 집행하고, LH 등 부동산 업무 관련 종사자는 대토보상 등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말 전무후무하고 강력한 반부패 대책이다. 이대로만 실행된다면... 정말 부동산 부패사슬은 끊어질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수 없다.

그래도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뢰의 문제다. 우선 수상한 전세 계약으로 이날 사퇴한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문제가 찬물을 끼얹었다.

LH 사태 의혹이 제기된 지 뒤늦게 대책이 나왔다는 대목도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선제적으로 내놓은 게 아니고 성난 민심 때문에 어쩔수 없이 내놓은 듯한 인상마저 지울수 없어 진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실효성, 이른바 실천가능성마저 일부 의문이 제기된다. 공직자의 땅 매수가 내부 정보를 악용한 것이라고 증명하는 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대다수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투자"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해체를 원하는 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동률기자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해체를 원하는 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동률기자

모든 공직자가 재산등록을 한다 해도 지인이나 친지, 제3자를 통한 차명투자까지 적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또 있다. LH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보궐선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대목은 대책의 ‘진정성’을 희석시킨다.

그래도 ‘믿고 따라와’라는 오만함의 기조를 버리고 "정부·여당이 오만했다"며 반성하는 자세로 엎드린 부분에 적지 않은 국민들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속아 보자’며 기대를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의지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을 드려야, 국민의 분노에 응답하면서, 분노를 기대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에도 희망을 건다.

정치인은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는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본인은 고통스럽고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다.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보면서 왜 고인이 된 노 대통령과 김 추기경의 대화가 떠올랐을까.

내일 모레면 4월 1일, 만우절이다. 가벼운 거짓으로 서로 속이며 즐거워하는 날이다. 프랑스 샤를 9세가 1564년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선포했는데, 이후 바뀐 줄 모르고 4월 1일을 계속 새해로 기념하는 이들을 놀린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프랑스어로 만우절을 ‘뿌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 부른다.직역하면 ‘4월 물고기’이다. ‘잘 낚인다" 즉 ’잘 속는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들은 더이상 ‘4월 물고기’가 아니다. 정부의 부동산투기대책에도 일단 비판적 시각이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고 강조했으니 ‘속는 셈치고 지켜보자’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젠 더이상 정치적 편법이나 트릭도 있을 수 없다. 선거용 급조 부동산 대책의 흔적으로만 비쳐도 실패다. 대통령의 말과 당정청의 모든일이 거짓이 된다. '진정성 보여주기'가 성패를 가른다. 지금 여권은 대국민 거짓말과 참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해체를 원하는 시민촛불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동률기자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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