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숨은 1mm] 금메달 따도 녹화 중계! 비인기 종목 '슬픈 현실'

남자 우슈 장권 우승을 차지한 이하성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인천강화고인돌체육관 =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처음부터 인기가 많은 종목은 없다.'

아시안게임이 벌써 대회 넷째 날을 맞이했다. 연달아 금메달 소식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다름 아닌 중계 때문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큰 대회지만 TV에서 볼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선수는 우슈의 이하성(20·수원시청)이었다. 이하성은 20일 오전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장권에서 9.71점을 받아 자루이(마카오·9.69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든 관심이 사격으로 쏠려 있는 사이 값진 금메달을 빚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경기를 하이라이트로만 볼 수 있었다.

이하성 외삼촌 맹석주 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이하성이 금메달을 따낸 뒤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있다. 처음 생중계를 한다고 들었는데 녹화 중계로 바뀌었다. 그리고 녹화 중계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게 비인기 종목의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한테 다 얘기했는데…"라고 말했다. 조카의 금메달에 누구보다 기뻐했지만 씁쓸한 현실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김균섭(33·인천체육회), 김동선(25·갤러리아), 정유연(18·청담고), 황영식(24·세마대)으로 이뤄진 한국은 20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린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시청자들은 생중계로 볼 수 없었다.

김영만(밑)이 22일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 결승 미얀마와 경기에서 롤링킥을 날리고 있다. / 부천체육관 = 최용민 기자

중계는 관심이 집중된 경기 위주로 편성이 이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불만을 나타냈다. 누리꾼들이 비인기 종목 중계를 요구하는 댓글을 남기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지만 다양한 종목을 볼 수 없어 한탄하고 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열리지만 외국에서 방송을 만들어서 쏴 주는 개념이랑 같다. 모든 종목이 촬영은 이뤄지고 있지만 채널은 한정적이다"면서 "지상파는 시청률을 생각해 편성할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은 생각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아침 드라마를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을 편성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면을 만들어야 해서 방송사의 제작 인력들이 대부분 현장에 투입된다. 현실적으로 중계 제작이 힘들다"면서 "케이블 방송사는 구기 종목에 한해 지상파가 중계하지 않는 경기만 중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 인력들이 없어 지상파에서 만든 것을 재방송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2일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김영만(28·청주시청)은 "세팍타크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인 만큼 중계되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 세팍타크로를 알리고 싶었다"고 비인기 종목 선수의 절박한 마음을 밝혔다. 이하성 역시 "무슨 운동하냐고 물어봐서 우슈라고 하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섭섭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내가 많이 알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 왔고 그렇게 된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본 시청자들은 "우슈를 처음 알았다. 움직임이 피겨스케이팅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세팍타크로를 오늘 처음 봤는데 박진감 넘쳤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처음부터 인기가 많은 종목은 없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종목을 보고 알아가는 것도 국제 대회의 매력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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