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퇴장' 지단-제라드 '명불허전' 페페-바튼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는 바로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 결과는 같지만 이유는 제각각이다. 뛰어난 킥력을 상대 선수를 맞추는 데 사용한 세스크 파브레가스(28·첼시), 박치기로 상대를 쓰러트린 지네딘 지단(43), 볼 보이를 상대로 반칙을 저지른 에당 아자르(24·첼시),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한 네이마르 다 실바(23·FC바르셀로나) 등 기이하고 황당한 이유로 레드카드를 수집한 선수들을 영국 언론 '스쿼카'가 지난 19일 모아 보도했다.
◆ 세스크, 정확한 킥으로 상대 가격(https://youtu.be/H_QfayCq9V8)
파브레가스는 지난 19일 오전 웨스트 브로미치의 허손스에서 열린 2014~201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 27분 퇴장을 당했다. 디에구 코스타(27)가 상대 수비와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파브레가스는 웨스트 브로미치 수비수 크리스 브런트(31)의 머리를 향해 공을 차 정확히 맞췄다. 정말 맞을 줄 모르고 찼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반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던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남은 한 경기를 포함해 다음 시즌 개막 후 2경기에 나오지 못한다.
◆ 물룸부, 공을 들고 차서 상대 선수 저격(https://youtu.be/v8bqqL2dnr8)
유수프 물룸부(28·웨스트 브로미치)도 파브레가스처럼 공을 차 상대 선수를 맞췄다. 물룸부는 지난 2013년 3월 웨스트햄과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퇴장 명령을 받았다. 역습 과정에서 게리 오닐(32)이 자신을 잡자 그대로 공을 들어 힘껏 찼다. 공은 오닐을 강타했다. 오닐은 어이없는 듯 황당한 미소를 보였다. 심판은 망설임 없이 빨간색 카드로 퇴장을 알렸다.
◆ '빨리 내놔!' 아자르, 볼 보이 가격(https://youtu.be/sd38KUjmOho)
아자르는 지난 2013년 1월 열린 잉글리시 리그컵 준결승 2차전 스완지 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볼 보이를 다리로 걷어찼다. 후반 35분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스완지의 골킥이 선언됐다. 볼보이가 공을 지체하자 아자르는 달려들어 공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공을 배로 깔고 누운 볼 보이의 복부를 가격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퇴장 당한 아자르는 경기가 끝나고 볼 보이에게 사과했다. 17세 볼보이 찰리 모건은 이 경기로 유명 인사가 됐다.
◆ '뒷발이 문제' 베컴, WC 16강서 시메오네 걸어 퇴장(https://youtu.be/zWsEuczNj48)
데이비드 베컴(40)도 퇴장에 울었다. 그것도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였다. 베컴은 1998 프랑스 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2분 한번의 실수로 고개를 숙였다. 디에구 시메오네(45)는 경기 내내 거친 플레이로 베컴과 신경전을 펼쳤다. 베컴은 시메오네에게 걸려넘어진 뒤 뒷발차기로 시메오네를 가격했다. 비행기를 뒤로 놀린 한 여성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뒷발을 잘못 놀린 베컴은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심판은 고민 없이 레드카드를 선물했다. 베컴은 이 경기로 잉글랜드 신예에서 역적으로 몰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시 베컴에게 차인 선수로 이름을 알린 시메오네는 감독으로 더 유명해졌다.
◆ 윈살, 히바우두 명품 연기에 바로 퇴장(https://youtu.be/OiW0IPrv1Ro)
하칸 윈살(42)은 다소 억울하게 레드카드를 받았다. 2002 월드컵에서 터키는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격돌했다.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간 터키는 후반 호나우두(39)와 히바우두(43)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 추가 시간, 브라질은 코너킥을 얻었고 공이 그라운드 위에 있으면서 시간은 흘렀다. 윈살은 코너킥을 준비하는 히바우두를 향해 공을 강하게 찼다. 히바우두는 바로 얼굴을 감싸 쥐고 넘어졌다. 허벅지에 맞았지만 얼굴이 아픈 모양이었다. 명품 연기를 본 심판은 황급히 빨간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 '가족 욕은 못 참아!' 지단, 마테라치에게 분노의 박치기(https://youtu.be/zAjWi663kXc)
지단은 월드컵 무대, 그것도 결승에서 퇴장을 경험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노장' 지단은 프랑스를 이끌고 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베를린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지단은 연장 후반 6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42)의 가슴에 박치기를 했다. 당시 대기심이 이 장면을 목격했고, 설명을 들은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프랑스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5로 졌다. 지단은 경기가 끝나고 "그가 내 어머니와 누이를 모욕했다"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마테라치는 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5000 스위스프랑(약 58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경기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 주먹질한 대가는? 둘 다 퇴장…반전은 같은 유니폼(https://youtu.be/AFLeTm46CqQ)
지난 2005년 4월 2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뉴캐슬과 아스톤 빌라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7분 난투극이 벌어졌다. 키어런 다이어(37·미들스브러)와 리 보이어(38)가 충돌했다. 놀라운 점은 둘 다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뉴캐슬은 0-3으로 크게 뒤져있었다. 보이어와 다이어는 의견 차이가 생겼고 말보다 주먹이 빨랐다. 주심은 두 선수에게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선제 주먹을 날린 보이어는 25만 파운드(약 43억 원)의 벌금을 받았다.
◆ 제라드 수난시대, 맨유전 '38초 퇴장'(https://youtu.be/yHgwPiAG-wE)
스티븐 제라드(35·리버풀)는 유독 불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버풀에서 보내는 마지막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난 3월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도 그랬다. 0-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후반 1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심판은 제라드를 향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제라드는 안데르 에레라(26)의 발목을 짓밟아 투입 38초 만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 '나 돌아갈래' 퇴장에 대성통곡한 공격수(https://youtu.be/-4R6UfWt0Og)
시에라리온의 공격수 알하지 카마라(21)는 지난해 7월 열린 외레브로와 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상대 수비수를 걷어차 퇴장을 당했다. 전반 21분 이미 한 장의 경고를 받은 카마라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퇴장을 직감했다. 대성통곡하며 그대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어린아이가 사탕을 빼앗긴 듯, 엉엉 울면서 라커룸을 향해 발을 놀렸다.
◆ '가면 세리머니' 네이마르, 결국 경고 누적으로 퇴장(https://youtu.be/FdSEjIRnOWE)
네이마르는 산토스 시절 어처구니없는 세리머니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지난 2011년 4월 빌라 베우미루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미클럽선수권(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조별리그 콜로콜로와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후반 7분 환상적인 개인기로 골을 터뜨렸다. 네이마르는 감춰둔 자신의 얼굴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냈고 전반에 한 장의 카드를 받은 네이마르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네이마르는 억울한 듯, 가면을 집어 던지며 항의했으나 번복은 없었다. 경기 진행에 불필요한 물건은 반입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
◆ '명불허전' 페페, 왜 공이 아닌 상대 선수를 찼나?(https://youtu.be/zzn1PmwCVzY)
페페(32·레알 마드리드)는 대표적인 악동이다. 거친 플레이가 심판의 한계를 실험한다. 지난 2009냔 3월 열린 헤타페전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후반 42분 페페는 프란스시코 카스케로(39)를 살짝 밀었다. 카스케로가 넘어지자 분을 참지 못하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처음 발을 걷어찬 페페는 등을 더 가격한 뒤 레드카드를 받았다. 사과하는 듯, 상대 선수에게 접근한 그는 다시 폭력을 가했다. 닥치는 대로 주먹을 날렸다.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동료에게도 시비를 걸었다. 결국 페페는 9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 '날 빼면 섭섭하지' 바튼, 테베스-아게로 패고 맨시티에 우승 선물(https://youtu.be/4foxH9t64Eg)
조이 바튼(33·퀸즈파크 레인저스)은 선수 시절 감독 생활을 한 몇 안 되는 축구 선수다. 팀 동료를 담뱃불로 지지고 15세의 원정 팬을 공격했다. 팀 동료를 때려 병원으로 후송시키기도 한 그는 결국 폭행으로 지난 2008년 5월부터 6개월간 그라운드가 아닌 감옥에서 생활했다. 나이가 들었지만 불같은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5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카를로스 테베스(31)의 얼굴을 팔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어 세르히오 아게로(27)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쳤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나온 퇴장이었다. 맨시티는 후반 추가 시간 2골을 터뜨리며 3-2 역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맞은 곳은 아팠지만 맨시티는 바튼에게 "때땡큐"를 외쳤을 것이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