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치권은 굵직한 이슈로 북적였다. 우선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가 있었다. 3월 9일에는 대통령선거가, 6월 1일에는 지방선거 등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가 있었다. 각각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국회는 '또' 싸웠다. 야당은 '비속어 논란'을 일으킨 윤 대통령에 항의하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했다. 여야가 당 지도부에 '청년 정치인'을 세웠다가 극강 대립 후 '토사구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더팩트>는 올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장면들을 <상>, <하>편으로 모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22년 정치권은 갈등과 내홍을 지속했다. '용산 시대'를 개막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까지 단행하며 언론과의 대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외 순방 도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 이후로 윤 대통령은 '전쟁'에 가까운 언론과의 극강 대립을 이어가는 중이다. 각각 '20대 여성' '30대 남성'을 당 지도부에 등용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 시도했던 거대 여야 정당은 대선 이후 청년들과의 냉정한 이별을 단행했다. '전' 당 대표들(박지현·이준석)은 '양두구육' '토사구팽'이라고 반발하며 당 비판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갈등과 분열의 순간들을 종합해봤다.
◆ 尹,'용산 시대' 열며 '도어스테핑'…6개월 만 중단
"이제 청와대란 없습니다."
정치 경험 전무한 검찰총장 출신 '0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세우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를 벗어나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빠르게 추진했다.'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청와대는 집무실의 모양을 벗어 국민들에게 개방됐다.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며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시도하며 출근길마다 기자들을 만나 문답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61차례 동안 즉석에서 현안에 대한 대답을 내놓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지난 11월 초 해외 순방 도중 '비속어 논란'을 계기로 윤 대통령이 언론과의 갈등을 겪으며 무기한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미국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이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추정되는 발언을 하는 영상에 '자막'을 영상을 공유한 MBC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이후 MBC는 대통령실로부터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받았다. MBC를 포함한 언론계,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11월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질문에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행태에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내린 부득이한 조치였다"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에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었나'라고 질문했으나 윤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이후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현장 카메라에 포착돼 말다툼 영상이 인터넷에 공유되기도 했다.
3일 후 11월 21일 대통령실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11월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2월 30일 기준 도어스테핑은 여전히 멈춘 상태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을 볼 수 있었던 집무실 1층에는 가벽이 설치돼 있다.
한편 MBC는 지난 26일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MBC는 "언론사와 소속 기자에게 취재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며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는 이동 수단일 뿐만 아니라 취재 공간이다.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는 취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檢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에 '헌정사 최초' 시정연설 거부한 野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에 극에 달해 '헌정사 최초' 169석의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하는 상황도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과 관련 대통령이 주요 정책과 국정 운영 방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야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경우는 헌정사 이래 없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보이콧'과 함께 윤 대통령의 국회 입장 전에는 '규탄 대회'를,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간 도중 이재명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인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이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전례 없는 '야당 침탈·폭거'를 했으니 야당도 저항했다는 명분이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 야당을 향해 '이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음에도 사과하지 않았는데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듣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침묵시위' 도중에도 야당 일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세요"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예산안 심사를 일주일 앞두고 냉랭한 여야의 분위기 탓에 당시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간의 협치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여야 갈등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약 2달 뒤인 12월, 결국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2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은 물론 김진표 의장이 제시한 두 차례의 시한도 넘겨 4번의 시한을 넘기고 성탄 코앞인 22일에서야 여야 협의를 마쳤다. 여야가 12월 31일을 넘겨 전년도와 동일한 예산안을 집행하는 '준예산' 집행 상황은 피했지만,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예산안을 가장 늦게 처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돼 국민들에게 실망을 남겼다.
◆ 대선 승리 후 '토사구팽'?…30대 당 대표 이준석 VS 尹·국민의힘
"선당후사는 가혹하다" "대통령 선거 내내 한쪽에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뛴 내 마음이 선당후사다"
2022년 대선 승리로 '야당'에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30대' 청년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며 내홍을 겪었다.
지난 7월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을 발표했다. 징계 사유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불거진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대선 이후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징계 결정 이후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고 9월 13일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 체제 공식 출범을 알렸다.
약 20일 후인 7월 26일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총질' '체리따봉' 메시지가 포착되며 논란이 됐다. 촬영 카메라에 찍힌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리 당도 잘한다.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적혀있었다. 권 직무대행은 이에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의인화된 체리가 엄지를 치켜세운 '체리따봉'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문자 공개 이후 정치권에서는 질타와 비난이 쏟아졌다.
이 전 대표는 징계 36일 만인 8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선당후사는 가혹하다"며 "대통령 선거 내내 한쪽에서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뛴 내 마음이 선당후사다"라고 밝혔다. 또 이 전 대표는 "대선 당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양두구육)"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9월 23일에는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 윤 대통령과 윤핵관 등을 전두환 정권의 ‘신군부’ 세력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는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법원의 가처분 인용과 기각 등을 반복하며 자신의 당 대표직 탈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10월 6일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정 비대위원장의 집무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낸 각종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표직 되찾기는 좌절됐다. 10월 7일 윤리위는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내렸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표는 당원권은 총선 3개월 전인 2024년 1월까지 정지됐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를 두고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고려대학교 강의에서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이른바 '김장연대'에 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고,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승민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에서 당 대표 자격 미달로…박지현 vs 민주당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선거 국면 당시와 이후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5월 25일 공개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은 '586 용퇴론'을 언급해 비공개 회의에서 윤호중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정면충돌했다. 당시 "저를 왜 뽑아서 앉혀놓았나" "이게 지도부인가" 등을 주고받으며 고성을 주고받으며 갈등이 노출됐다. 3일 만 두 사람이 공개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서 그간의 갈등에 사과하고 5개 쇄신안을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키로 협의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 지도부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선거 지역구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했고 두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물러났다. 박 전 위원장은 한 달 후인 7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며 '피선거권 자격'을 두고 당 지도부와 또 마찰을 빚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피선거권 자격은 '입당 12개월 이내에 6회 당비 납부'란 요건이 명시돼 있는데 2월에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조건이 안 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원회에서 예외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를 세우며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우상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외 조항을 당무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자격 미달'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출마 불가 결정이 "이재명 의원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대위의 결정에도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를 강행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대관해 줄 의원을 찾지 못해 '국회 앞 보도블럭'에서 출마문을 발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출마 무산 이후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SNS와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대표 등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며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 전 위원장은 8월 한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은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며 이 대표의 '셀프공천'을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오는 1월 발간될 자신의 책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에서 우 위원장, 이 대표의 행동과 언행을 '양두구육' 정치라고 지적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은 각종 매체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지속할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말하고 있어 향후에도 민주당에 균열을 낼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선이 다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