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등장한 현금 1억 원…유동규 쇼핑백 시연 '성공'


'쇼핑백에 1억 넣어 외투에 숨겨 가져가' 유동규 증언 시연
시연 성공했지만…김용 "CCTV 많은 지역에서 불가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재판장님, 저희가 돈을 준비해 왔습니다. 아예 똑같이 1억 원을 담은 두 박스를 준비해 왔습니다." (검사)

"이렇게 하면 벌어지지 않습니까? 이러면 (돈이) 보이거나 찢어질 수 있으니까 테이프로 밀봉하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따지는 재판 법정에 '진짜 돈 1억 원'이 등장했다.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쇼핑백에 넣고 외투에 숨겨 가져갔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 시연을 위해서다. 시연은 성공했지만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공간이 CCTV가 많은 곳이어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된 뒤 검사의 주도로 쇼핑백 시연이 이뤄졌다.

쇼핑백 시연은 재판부의 요구 사항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공판에서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골판지 박스가 들어있는 쇼핑백에 1억 원을 외투에 숨겨서 가져갔다고 증언했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 소유 회사로 검찰은 대장동 수익의 '자금 세탁소'로 보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억대 현금의 부피와 무게를 고려했을 때 외투에 숨기거나 쇼핑백에 넣어서 가져갈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며 그 과정을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은 이날 현금 1억 원을 담은 두 박스를 준비해 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두 박스를 쇼핑백에 넣으라고 지휘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렇게 하면 벌어져서 보이거나 (돈이) 찢어질 수 있으니 테이프로 밀봉했다", "이게 무거워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쇼핑백을 더 넣어서 이렇게 들고 갔다" 등 설명을 곁들이며 돈이 든 박스를 쇼핑백에 넣었다. 재판부가 "쇼핑백을 두 겹 붙이면 손잡이를 잡을 수 있느냐"라고 묻자 "가능하다"라고 자신했다.

재판장과 배석 판사 모두 돈이 든 쇼핑백을 들어보고 "가져가는 게 불가능한 정도의 무게는 아닌 것 같다"라고 결론지었다.

유 전 본부장은 법원에서 제공한 외투를 입고 쇼핑백을 옆구리에 껴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뭔가 가져가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라고 봤다. 검찰의 시연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아직 따질 게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부원장은 "유원홀딩스 사무실은 직전 총선을 치렀던 제 사무실"이라며 "거기는 분당에서 굉장히 주차난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며 CCTV도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제가 출근 인사를 팻말 들고 하던 곳인데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는 게) 가능이나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찾아간 경위로는 "(유 전 본부장이) '형 한 번 놀러 와라' 해서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시연 내내 변호인과 미소를 띤 표정으로 대화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부원장은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과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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