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콘텐츠 인기 속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우려도 커져
[더팩트|고은결 기자]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유아용 콘텐츠 및 서비스가 급증하며 새로운 육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유튜브, 포털 등 IT 기업의 새 동력으로 키즈 시장이 주목 받고, 키즈 콘텐츠 제작자들이 '유통령'으로 이름을 알리는 모양새다. 이처럼 영·유아 때부터 부모들이 보여주는 스마트폰 영상을 접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유튜브에서 각종 정보를 습득하는 '디지털 키즈'도 급증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영·유아 전용 동영상 앱인 '유튜브 키즈'는 매주 1100만 명 이상이 시청한다. 유튜브 키즈는 유튜브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난 2015년 출시한 서비스다. 성인인 부모의 계정으로 키즈 콘텐츠를 접하는 자녀들도 적지 않다. 부모가 스마트폰으로 틀어주는 영상을 보는 식이다.
키즈 콘텐츠의 인기가 빠르게 늘면서 개인 유튜버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른바 '어린이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니언니'가 등장하는 '헤이지니 채얼'의 구독자 수는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니언니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소개하고 이용하는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외에 특화된 유아용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교육, 도서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아 교육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 키즈'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어린이 포털 '쥬니버'를 통해 유아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인 디엠에듀는 영유가 스마트폰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애니링고 키즈'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모바일 키즈 콘텐츠 인기 속 '스마트폰 중독' 우려 확산
한편 부모들은 이런 모바일 유아용 콘텐츠를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애용'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가방앤컴퍼니가 만 5세 이하의 자녀를 키우는 20~30대 부모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영상기기를 통해 아이에게 영상물을 보여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90.2%(425명)가 '있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영상물을 보여주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47.5%(164명)가 '집안일을 할 때'라고 답했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방문했을 때' 19.4%(67명),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11.3%(39명) 등의 답변도 나왔다. 한 온라인 육아카페의 회원은 "아이가 식당에 들어갈 때부터 자신에게 스마트폰을 줄 것을 알고 기대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안보여주면 떼를 쓰는데 주변에 민폐가 될까싶어 영상을 틀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른 시기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최초 이용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 전인 영아기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만 3~9세 유아·아동 수는 해당 연령대 이용자 중 19.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정서적·신체적·지적 발달 저해를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18개월 미만 아이는 디지털 기기 사용금지, 19개월에서 60개월 영유아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내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2세~18세 유아동·청소년의 과몰입시 부모 및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제·차단 차원의 정책은 없지만 교육·중독 예방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되고 있다. 정부는 유아·초등학생에게 적합한 체험형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