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출산의 ‘티핑 포인트’는 '둘째'다

현재의 저출산 문제는 아이를 한 명 낳는 현상이 고착화돼 빚어지는 현상이다.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티핑 포인트’라고 한다면 출산의 ‘티핑 포인트’를 둘로 바꾸고 출산장려금을 둘째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더팩트DB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버스에 달린 TV에서 경기도 여주시에서 내년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1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지급한다는 뉴스를 봤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출산장려 및 다자녀 가정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50만 원이던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은 100만 원으로, 둘째 아이는 1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셋째, 넷째, 다섯째 아이는 각각 250만 원, 500만 원, 700만 원에서 모두 1천만 원으로 통일됐다.

셋째 아이 출산장려금이 25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껑충 뛰니 꽤 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대신 보호자가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장려금만 챙기고 이사가는 ‘먹튀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셋째 아이 출산장려금 1천만 원은 전남 완도군이 2009년부터 이미 지급하고 있으며 충북 괴산군도 여주시와 함께 대열에 합류한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지는 꽤 오래다. 인구 감소는 농촌지역이 더욱 심각하지만 도시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기 안양시도 다섯째 아이를 출산하면 1천만 원을 지급하고 서울의 자치구 중 강남구는 다섯째 아이에겐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한다. 경기도 성남시 의회도 셋째 자녀를 낳으면 최대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조례안을 상정했다. 출산하면 먼저 1천만원을 주고 아이가 3,5,7살이 되면 각 2천만 원 씩 지급하고 10살이 되면 3천만 원을 줘 1억 원을 채우게 된다. 최소한 10년을 거주해야 1억 원을 받는 셈이다.

지자체가 앞다투어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쏟아내는 것은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르고 그 후유증 또한 예상 외로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출산은 지자체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016년 1.17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2017년에는 1.03명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대체 합계 출산율 2.1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고용정보원이 향후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84곳, 1천 383개 읍,면,동이 거주인구가 한 명도 없는 ‘인구소멸지역’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출산장려금 지원제도를 실효성있게 손질해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저출산은 아이를 한 명 낳는 현상이 고착화돼 빚어지는 현상이다.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티핑 포인트’라 한다. 따라서 출산의 ‘티핑 포인트’를 한 명에서 둘로 바꾸려면 출산장려금을 둘째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출산 장려금 1천만 원을 셋째가 아니라 둘째로 앞당겨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 자녀 부부가 아이를 하나 더 가질 확률은 크게 높아지고, 자녀를 둘 갖는 부부가 늘어나면 인구대체 합계 출산율에도 가까워진다. 반면 셋째 자녀에게 1천만 원 출산 장려금을 주는 것은 출산 유인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두 자녀를 둔 부모가 1천만 원을 받으려고 아이를 한 명 더 갖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녀 둘일 때와 셋일 때 드는 양육비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자녀를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또 둘이면 됐다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셋째 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대폭 주는 것은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녀를 한 명 갖는 게 대세인데 중간단계인 둘을 건너뛰고 셋을 가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첫째 아이에 대한 지원금은 폐지해도 된다. 아무리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해도 결혼하면 대부분 1명의 자녀는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은 출산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부부라 해도 50만원의 상품권 또는 1백만원의 지원금을 타려고 자녀를 출산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은 지자체장을 선거로 뽑는 제도의 부산물이다. 인근 지자체 또는 선거에 나온 경쟁후보가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거나, 주겠다고 공약을 하면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출산의 티핑포인트는 두 명이다. 하나에서 셋이 되는 게 아니라 둘을 넘어야 셋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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