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한낮 온도가 25도까지 오르면서 퇴근 후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맥주 업체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아직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맥주업계 1위 기업인 오비맥주는 12일 카스의 첫 밀맥주 '카스 화이트'의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며 MZ세대와의 접점을 강화하는 마케팅에 나섰다. 또, 전날에는 홈플러스와의 협업으로 오비라거 브랜드에서 맥주와 함께 먹는 '랄라베어 허니버터 팝콘'을 출시하는 등 이색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주력상품인 테라에 최적화한 병따개 '스푸너(스푼+병따개)'로 인기몰이 중이다. 하이트진로가 '숟가락으로 맥주병 따기'에 착안해 지난 2월 출시한 스푸너는 병따개를 딸 때의 '뻥' 소리와 함께 쉽게 딸 수 있도록 제작돼 일각에서는 술자리에서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인기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클라우드 맥주와 칠성사이다가 협업한 '클라우드 칠성사이다 맥주'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의 맛과 클라우드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맛과 3.2도라는 낮은 도수로 이색 맥주 마케팅에 나섰다.
또 맥주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모델로 한 이미지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에 코끼리 모양의 캐릭터를 모델로 활용했다. '필리'라는 캐릭터는 육지에서 제일 무거운 동물인 코끼리가 꼬리에 매단 풍선으로 둥실 떠오를 만큼 품질 대비 가격이 좋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캐릭터의 모델화를 처음 시도한 사례다.
오비맥주는 '고래골라 캠페인'으로 고래 캐릭터 3종을 개발해 필굿은 기호 1번 파란 고래 '필구', 필굿 엑스트라는 기호 2번 초록 고래 '텐구', 필굿 세븐은 기호 3번 빨간 고래 '칠구'로 정했다. 여기에 제품별 고래 캐릭터 성향에 따라 MBTI 유형을 부여해 MZ세대를 겨냥했다. 필구는 INFJ, 텐구는 ENFP, 칠구는 ESTP다.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의 새 모델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하고 용기 디자인도 바꾸며 차별화 전략에 집중했다. 클라우드의 영문 'Kloud'는 코리아(Korea)의 'K'와 구름 'Cloud'를 합성해 만들었다. 롯데칠성음료는 '구름맥주'라는 속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주로 했다.
맥주업체들의 대면 마케팅 부활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이전 맥주업체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코로나19 이후 방역 방침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대면 마케팅을 중단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도까지 부산 센텀맥주축제의 특별 후원사로 참여했다. 1회부터 7회까지 연속 참여해 테라 등의 자사 브랜드 선호도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제품 홍보활동을 해왔다.
오비맥주도 2019년도까지 6년 연속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참여해 카스의 맥주가 치킨과 잘 어울린다는 콘셉트를 강조하며 제품을 홍보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오비맥주는 2020년 카스 온택트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해 카스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 가을을 테마로 '렛츠락 페스티벌'과 '대전 라이브 페스타'에 참여해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최근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4회 대한민국 맥주산업 박람회(KIBEX 2022)'가 개최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엔데믹 여부에 따라 올해 대규모 이벤트인 맥주축제, 락 페스티벌 등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맥주업체들은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은 야외에서 상권 연계하는 식당 프로모션이라든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서 하는 대면 마케팅을 본격화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여름이 맥주 성수기이긴 하지만 방역 방침 같은 게 완화되고 밖에 사람들이 소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때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아직 소비자 대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신제품 출시보다는 테라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여름철 마케팅하면 락 페스티벌이나 풀파티 등에 맥주를 후원하는 게 주를 이뤘었는데 최근 2년간 코로나 때문에 (행사) 진행을 못 했다"며 "거리두기 완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심스럽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여름 마케팅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상황 자체가 외부 변수가 크고 예견하기 어려워서 올해까지는 소극적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하기보다 가정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금 불거졌던 경험을 토대로 맥주업계는 대면 마케팅에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행 당시에는 식당에 '올 뉴 카스' 알리는 프로모션, 쿨 타이머 프로모션, 제휴 맺은 식당과 한맥 플레이스 등의 (행사를) 했었는데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고 다시 조심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맥주 업체들은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 여름 성수기 마케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비맥주가 지난 8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34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20억 원으로 11% 줄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부 매출도 2020년 8119억 원에서 지난해 10.1% 줄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주류 부문 매출이 67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