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제네시스 'G90' 출시 '진짜' 새 역사 쓴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제네시스 론칭으로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 부회장)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세단 'G90'의 정식 출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 부회장이 다시 한번 '모하비 신화'를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G90'의 보도발표회를 진행한다. 'G90'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EQ900'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이번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계기로 내수 시장에서의 차명을 북미와 서아시아 등 주요 럭셔리 시장과 같은 'G90'로 일원화했다. 지난 2015년 브랜드 론칭 당시 정 수석부회장이 알파벳 'G'와 차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숫자'가 조합된 새로운 차명 체계를 국가별·지역별 출시 시점을 고려, 차례로 일원화하겠다고 공언한 지 3년 만이다.
'고급차 시장에서의 확고한 이미지 구축', '부진한 미국 시장에서의 반등'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의 '신고식'인 만큼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새 모델의 홍보맨을 자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새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영 전략 등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 론칭 배경과 관련해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며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명품의 가치를 제시해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제네시스가 국내외 시장에서 거둔 성적은 시장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 모델인 'EQ900'의 경우 지난 10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줄어든 309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미루는 '대기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상당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형 세단의 진입장벽이 낮은 미국 시장에서도 일본의 '렉서스'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과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서둘러 '신차급 변화'를 적용한 'G90'를 출시한 것도 실적 반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G90'의 출시를 앞두고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는 데는 최근 제네시스가 보여준 부진한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G90'의 홍보와 마케팅 최전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정조준한 정 수석부회장의 마케팅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도 여러 차례 검증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론칭한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하비'는 지난 2005년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초기 개발 과정에서부터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타깃 소비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직접 참여한 모델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두 번째 SUV'로 꼽히는 '코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현대차 최초 소형 SUV '코나'의 론칭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월드프리미어 형태로 진행된 신차발표회 진행 전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청바지와 면티 차림으로 차량의 소개에 나선 정 수석부회장의 '파격 행보'는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세단과 SUV를 막론하고 준대형급 이하 세그먼트의 신차발표회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 없었던 그가 보여준 '이색 마케팅' 이후 '코나'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하비'는 국내 시장에서 불모지로 여겨졌던 '대형 SUV' 장르를 개척한 1세대 모델로 대형 세단으로 한정됐던 고급차 시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나' 역시 소형 SUV 시장에서 출시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경차 판매량을 앞지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G90' 역시 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는 '모하비'와 틈새 시장에서 특정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는 점에서는 '코나'와 닮아 있다는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보여줄 '마케팅 전략'이 새 모델의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G90'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모델이다"며 "정 수석부회장이 제네시스 론칭 당시 '기술 그 이상의 혁신을 통해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인간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브랜드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듯이 'G90'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