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아반떼, '디자인'보다 주목받는 '연비'
[더팩트 | 남양주=서재근 기자] 경차에서부터 최고급 대형 세단에 이르기까지 각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국민차'가 있다. 준중형급 세단에서는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아반떼'가 바로 그렇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아반떼가 기록한 판매 대수는 8만3861대. 최대 경쟁모델로 꼽히는 기아자동차의 'K3'가 2만8165대가 판매된 점을 고려하면, "아반떼의 라이벌은 아반떼다"며 현대차가 밝힌 자신감도 결코 자만은 아닐 듯싶다.
오랜 시간 동안 현대차 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아반떼가 지난 2015년 풀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3년 만에 생김새를 가다듬고, 차세대 엔진과 변속기로 무장한 채 신차급 변신을 꾀했다. 꾸준한 판매량만큼이나 새단장한 '아반떼'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대한 업계 안팎의 기대도 높을 터. 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스튜디오 담'에서 아반떼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반떼'를 타고 새로 바뀐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살펴봤다.
우선 디자인에 관한 얘기부터 해보자면, 첫인상은 말 그대로 '낯설다' 더 뉴 아반떼는 공식 출시 전부터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스파이샷이 유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지금까지 현대차에서 콘셉트카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삼각형 모양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두고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너무 파격적이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더 뉴 아반떼의 실물을 보자 모니터를 통해 전해지던 이질감의 폭은 훨씬 줄어들었다. 날렵하면서도 '곡선'보다 '직선'의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은 되레 조금은 심심한, '착한 모범생'을 연상하게 했던 기존 모델의 아쉬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다.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헤드램프와 와이드 캐스캐이드 그릴이 교차되고, 트렁크 끝 단을 낮추고 번호판을 범퍼 하단의 새로운 블랙커버 디자인에 적용하는 등 후드와 휀더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면서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충분히 잘 살렸다. 현대차는 이 같은 디자인 변화의 영감을 '지면을 스치듯이 낮게 활공하는 제트기'에서 받았다고 한다.
사실 이번 시승에서 현대차의 디자인 실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연비'다. 시승 차량은 차세대 엔진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과 '스마트스트림 IVT(무단변속기)'가 장착된 가솔린 모델로 회사 측에서 밝힌 연비는 ℓ당 15.2km(15인치 타이어 기준)다. 최대토크는 15.7kgf.m, 최고출력은 123마력이다.
'스포츠' 모델도 아닌 일반 준중형 세단을 타고 역동적이고 흔히 말하는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동력 성능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더 뉴 아반떼의 달리기가 더디거나 힘에 부친다는 얘기는 아니다. '노멀', '에코', '스포츠', '스마트' 등 4가지로 구성된 주행모드에 따라 차별성은 명확히 드러나고,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꽤 날렵한 가속으로 시속 100~130km 구간까지 치고 나간다. 다만, 무단변속기의 특징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속페달을 쭈욱 밟았을 때의 가속감은 기존 모델에 비해 다소 더딘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 수치를 보는 순간 다소 굼뜬 가속력에 대한 아쉬움은 금새 사라질테니 말이다. 이날 남양주에서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GC)을 오가는 편도 약 65km, 왕복 130km 구간을 달렸다. 1차 편도 구간에서는 차량의 성능을 살펴보기 위해 주행모드는 '스포츠'로 설정한 채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말 그대로 차를 혹사(?) 시켰지만, 라데나 GC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3km/ℓ'였다.
시승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는 17인치였고, '경제 운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기록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다. 라데나 GC에서 남양주까지 오는 2차 편도 구간에서는 일상과 최대한 가까운 환경에서 운전을 해봤다. 의도적인 고속 주행도, 연비 주행도 없이 주행모드를 '노멀'로 두고 계기판에 표시되는 수치에서도 시선을 떨어뜨린 채 65km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연비는 18km/ℓ가 나왔다. 경차 수준에 버금가는 연비다.
만약 당신이 치솟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디젤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에 민감하다면,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기술력에 아직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면, 경차의 실내공간에 부족함을 느낀다면 '더 뉴 아반떼'는 꽤나 합리적인 대안이 될수도 있겠다.
더 뉴 아반떼의 판매가격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의 경우 스타일 1551만 원(IVT 적용 기준, MT 기준 1404만 원), 스마트 1796만 원, 프리미엄 2214만 원 ▲디젤 1.6이 스타일 1796만 원, 스마트 2037만 원, 프리미엄 2454만 원 ▲LPi 1.6이 스타일 1617만 원, 스마트 1861만 원, 모던 201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