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 등 신차 공세까지 겹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경차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때 ℓ당 1200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가며 경차 판매량의 발목을 잡았던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최근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1400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면서 한국지엠과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 등 경차 제조사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398.67원이다. 이는 전날보다 0.61원 오른 수치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이 ℓ당 1493.17원으로 15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1200원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하던 주유소의 수가 전국에 800여 곳을 넘은 것을 고려하면 최근 유가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다. 국내 유가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는 최근 급등한 국제 유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47.75달러로 지난 1월 배럴당 20달러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기름값이 들썩이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도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17만3418대로 전년 판매량인 18만6702대보다 1만 대 이상 줄었다. 때문에 최근 파격적인 경품행사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경차 제조사들은 유가 상승세를 자사 경차 판매량 증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경차 판매량 증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내수 시장에서 1만3978대를 판매하며 지난 2004년 이후 4월 판매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쉐보레 '스파크'는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 7273대가 판매, 전년 동월 대비 62.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모닝'과 함께 수년째 경차 시장에서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지엠은 5월 한 달 동안 스파크 구매 고객에게 230만 원 상당의 LG전자 '프리스타일' 냉장고를 경품으로 증정하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 인상이 경차 구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경차 판매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휘발유 가격이 올라서 경차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시장 환경 속에서 경쟁사 대비 최적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마케팅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기존 마케팅을 유지하되 새 모델 출시 이후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모닝'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100만 원 할인, 삼성 무풍에어컨(Q900), 최저 1.5% 초저금리 할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판매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판매실적에서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8.6% 줄어든 5579대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닝'의 경우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대기 수요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고객들이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프로모션은 신차 출시와 관계없이 꾸준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신형 '모닝'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충족할 수 있는 마케팅에 나서 경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